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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/ 이해인

봉래산과 인동 2009. 5. 27. 21:35

   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



    나는 문득
    외딴 마을의
    빈집이 되고싶다

   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
   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
    쓸쓸하지만 즐거운 집

    깔끔하고 단정해도
    까다롭지않아 넉넉하고
   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
    한 채의 빈집

    어느 날
   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
    "음, 마음에 드는데......"
    하고 나직히 속삭이며 미소지어줄
   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

    - 이 해인 시집에서 -